
롱블랙 프렌즈 B
샤넬과 티파니, 그리고 펜디까지. 명품 브랜드들이 책을 만들 때 먼저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올해로 75세인 독일의 인쇄공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 자신의 성씨를 딴 출판사, 슈타이들을 1968년부터 57년째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에요.
슈타이들은 ‘아트북Art Book 장인’으로 불립니다. 아트북은 브랜드 또는 예술가의 사진과 그림, 글을 하나로 모은 책입니다. 일종의 ‘손에 쥐는 전시관’이죠.
그의 작업 방식엔 특징이 있습니다. 모든 아트북은 백지 기획에서 시작한다는 것. 슈타이들은 종이 질감부터 인쇄 방식, 책의 크기까지 다르게 설계합니다. 매년 2000건 넘는 제안을 받아도, 80권 정도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죠.
예술가와 명품 브랜드들을 애타게 만드는 인쇄 장인. 슈타이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자신의 전시를 준비하러 한국에 온 그를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어요. 인쇄소가 모인 서울의 을지로 골목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슈타이들 대표
슈타이들을 만나기로 한 곳, 을지로의 한 건물 5층에 위치한 스튜디오였어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습니다. 1층에서 그를 만나 양해를 구했습니다. 인사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는 “우리 인쇄소 계단 같네요”라며 웃으며 계단을 올랐어요.
그가 말한 인쇄소는 슈타이들빌Steidlville. 독일 괴팅겐Göttingen에 있는 4층 건물입니다. 의뢰인에게는 악명 높은 곳이에요. 작업 기준이 까다로워 ‘작가들이 울고 간다’는 소문이 돌거든요.